출근길에 예지와 통화를 했다.
아빠, 샌드위치 어디있어? 어, 김치 냉장고 옆 공간에 있어. 찾았니? 어어, 여깄다. 맛나게 묵어. 오케이!
이런 일상의 통화를 하고 끊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이렇게 통화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복인가!
혹여 우리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이런 일상의 통화가 가능하겠는가?
현미가 우리 곁을 떠난 후로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 그렇게 부러워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어제는 어떤 지체의 차를 타고 오는데 오는 도중 그 지체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상적인 내용이었는데 참 부럽다. 나도 우리 현미와 이런 일상의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 자체가 안되는 현실이 안타깝고 어찌할 수 없는 좌절감도 들지만 이 모든 건 주님의 주관하의 섭리 가운데 있음을 믿음으로 가져와서 내 그림을 바꿔야할 때이다. 혼자서, 그리고 우리 애들과 잘 지내가는 그림으로 말이다.
내일이 축제라 대개 바쁘다.
일반적으로 풍선 장식은 외부에서 들어와 장식하는데 법성중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해서 부착을 한다.
내심 걱정하다가 어찌됐든 되게 되더라,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준비하다 보면 된다 하고 있었는데
막상 풍선 장식하는 시간에 무엇이 안되있다, 무엇을 해야한다 하면서 말이 나온다. 아~ 미리 준비를 해야한 상황이었구나, 그럼 어쩌지? 맞춰서 하는 거지 하면서 시간 안에 해보도록 하자 하고 허리가 아파서 내려왔다가 올라갔더니 세상에 애들의 놀라운 잠재력이 눈 앞에 펼쳐졌다. 모둠배정하여 모둠별로 앉힌 후 애들에게 꽃무늬 풍선을 7~8개씩 만들게 하고 그것을 가지고 벽에 부착하고 어떤 것은 무대 아래에 부착하게 풍선들을 연결하여 길게 만들어서 체육관까지 세팅을 해놨다. 작년 3학년 대비 지금 3학년은 봉숭아학당이라는 친구들이 많이 모였는데 여학생들이 주도로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참 대단한 아이들이다.
다들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몫들이 있는데 무조건 공부로만 평가를 하니 자신의 잠재력이 묻힐 수 있겠다 싶었다.
오늘은 관사에서 푹 자고 낼 축제를 잘 치른 후 집으로 돌아가야겠다.